
인천대공원 자전거길 줍깅
봉사단: 효정평화봉사단 (인천)
활동 장소: 인천광역시 남동구 인천대공원 자전거길
활동 내용: 자전거도로 일대 쓰레기 수거 및 환경 정화
공원에도 사각지대가 있다
인천대공원은 연간 400만 명이 찾는 수도권을 대표하는 녹지입니다. 수목원, 습지원, 호수, 자전거길이 넓게 펼쳐진 이곳은 인천 시민이라면 한 번쯤 걸어봤을 친숙한 쉼터입니다.
그런데 그 자전거길 어딘가에, 미화원도 없고 봉사 신청도 잘 들어오지 않는 구간이 있습니다. 넓고 쾌적해 보이는 공원 안에도 관리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있다는 사실. 어쩌면 우리가 매일 걷는 길 위에도 그런 구간이 있을지 모릅니다.
아무도 안 하니까, 우리가 하는 겁니다
이날 함께한 분들에게 왜 이 길을 청소하러 나오셨냐고 물었습니다. 거창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관리가 안 되는 길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냥 나오기 시작했죠.”
신청 절차도, 인증도, 기록도 없이. 쓰레기봉투 하나 들고서요.
봉사의 이유가 꼭 특별해야 하는 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내가 매일 걷는 길이, 내 가족이 뛰어노는 공간이 조금 더 깨끗했으면 하는 마음. 그것으로 충분할 때가 있습니다.
90세 어르신들이 먼저 시작했습니다
이날 함께하신 봉사자들 중에는 90세가 넘으신 분도 계셨습니다. 지역 경로당 회장을 맡고 계신 어르신들이었고, 일본에서 오신 어머니들도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충분히 쉬어도 되는 나이이지만, 직접 봉투를 들고 자전거길을 걸었습니다.
통계청 2024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자원봉사 참여율은 7.4%입니다. 누가 기록해 주지 않아도, 인증 사진 없이도 꾸준히 이 자리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그 7.4% 안에서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르신들의 등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이분들이 이 길을 먼저 시작했다는 것을. 가정에서 쌓아온 삶의 방식이 지역 공동체로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나뭇가지 사이의 비닐, 풀 속의 담배꽁초
자전거길 양쪽을 따라 걸으며 쓰레기를 주웠습니다. 나뭇가지 사이에 걸린 비닐, 거치대 옆에 놓인 음료 캔, 풀 속에 묻혀 있던 담배꽁초.
허리를 굽히고, 손을 뻗고, 천천히 걷는 그 과정이 그 자체로 운동이기도 했습니다.
청소를 마치고 길을 다시 걸었을 때, 달라진 게 눈에 보였습니다. 크게 바뀐 건 없었어요.
길은 여전히 넓고, 자전거는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방금 전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봉투 안에 담긴 것들이 그 차이를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진짜 주인은 어떤 사람일까요
이 길을 오가는 400만 명 중에서, 이 구간이 ‘관리 사각지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알면서도 나서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요.
주인이라는 말은 권리를 주장할 때만 쓰는 말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내가 자주 걷는 길 위의 쓰레기를 알아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는 마음. 그 조용한 행동이 지역을 지키는 방식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런 장면일지도 모릅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봉투 하나 들고, 내가 사는 동네 길 위를 걷는 것.



